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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리뷰

제목: [리뷰] 메이드 인 어비스 2기: 잔혹함 속에 피어나는 탐구욕과 인류애의 경계

by JAPSIN 2026. 10. 4.

애니메이션 <메이드 인 어비스> 공식 캡처 및 공식 이미지

심연이 던지는 치명적인 매혹과 2기의 시작

츠쿠시 아키히토의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메이드 인 어비스》 시리즈는 특유의 동화적이고 귀여운 화풍과 완벽하게 대비되는 기괴하고 잔혹한 세계관으로 전 세계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거대한 충격을 안겨준 작품이다. 1기에서 펼쳐진 깊은 구덩이 '어비스'를 향한 리코와 레그의 천진난만한 탐험은 계층을 내려갈수록 현실적인 생존의 공포와 비극으로 점철되었다. 이후 극장판 《메이드 인 어비스: 깊은 영혼의 여명》을 통해 5층에서의 치열하고 비극적인 대립을 다룬 제작진은, 마침내 2기인 《메이드 인 어비스: 열일의 황금향》을 선보이며 이야기의 무대를 돌이킬 수 없는 깊이인 6층으로 옮겼다.

애니메이션 2기는 단순한 모험물의 범주를 뛰어넘어 인간의 조건, 즉 인간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돌아갈 수 없는 '절멸의 계층' 6층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관객에게 극단적인 절망과 함께 역설적으로 피어나는 아름다움을 제시한다. 본 리뷰에서는 메이드 인 어비스 2기가 보여준 연출적 성취, 서사적 깊이, 그리고 인물의 심리적 묘사를 다각도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결말을 향해 달리는 고대 탐험대 '간자'의 서사

2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메인 주인공 일행인 리코, 레그, 나나치뿐만 아니라, 수백 년 전 어비스의 6층에 먼저 도달했던 고대 탐험대 '간자'의 서사를 비중 있게 다룬다는 점이다. 결손된 사회에서 쫓겨나 신화 속 '황금향'을 찾아 어비스로 향했던 베라프, 와즈캔, 그리고 뷔에코의 이야기는 리코 일행의 탐험과 완벽한 평행이론을 이룬다.

간자 부대의 모험은 어비스라는 공간이 지닌 본질적인 가혹함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6층의 가혹한 환경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그들이 치러야 했던 대가는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비극이었다. 오염된 물로 인해 전멸의 위기에 처했을 때, 어린 소녀 이루뮤이의 희생을 바탕으로 생명을 연장해 나가는 과정은 인간이 생존이라는 본능 앞에서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 동시에 그 안에서 얼마나 깊은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지를 가슴 아프게 조명한다.

이러한 과거의 서사는 현재 시점에서 리코 일행이 방문하게 되는 '말일의 마을 일블루'의 탄생 배경으로 직결된다. 단순히 기괴한 마물이 모여 사는 마을처럼 보였던 공간이 실상은 욕망과 희생, 그리고 구원이 얽히고설킨 비극의 산물이었음이 밝혀지는 과정은 스토리텔링의 절정을 보여준다.

말일의 마을 일블루와 '가치'에 대한 철학적 탐구

말일의 마을 일블루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다루어지는 것은 바로 '가치(Value)'다. 이 마을에서 주민들은 자신의 신체 일부나 영혼,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기억이나 물건을 대가로 지불하며 살아간다. 자신이 지닌 욕망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모습이 변하고, 그 욕망이 곧 가치가 되는 시스템은 경제적 비유를 넘어 인간 존재의 이유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특히 나나치와 베라프, 그리고 파프타로 이어지는 서사는 가치라는 주제를 완벽하게 형상화한다. 미티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으로 인해 스스로를 베라프에게 넘긴 나나치의 선택은 논리적인 이성을 초월한 '감정적 가치'의 극단을 보여준다. 반면, 일블루 마을의 모태가 된 일블루의 복수를 위해 태어난 '복수의 화신' 파프타의 존재는 응축된 분노와 슬픔이 어떻게 한 개체의 정체성을 형성하는지 강렬하게 증명한다.

작품은 묻는다.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육체인가, 기억인가, 아니면 타인을 향한 애정인가. 6층이라는 극단적인 극한 상태에서 인물들이 내리는 선택들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삶과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되돌아보게 만든다.

작화, 음악, 연출의 삼위일체

키네마 시트러스(Kinema Citrus) 제작사의 완성도 높은 작화와 연출은 2기에서도 빛을 발한다. 6층 '열일의 황금향'이 지닌 수려하면서도 낯선 풍경, 그리고 말일의 마을 내부의 기괴하고 독창적인 디자인은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원작의 세밀한 펜화 느낌을 애니메이션으로 완벽히 재현해낸 배경 미술은 시청자가 실제로 심연의 깊은 곳에 들어와 있는 듯한 압도적인 몰입감을 제공한다.

또한, 케빈 펜킨(Kevin Penkin)이 담당한 음악은 메이드 인 어비스 시리즈의 정체성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기에서 새롭게 삽입된 사운드트랙들은 웅장함과 신비로움, 그리고 처절한 비극성을 넘나들며 각 장면의 감정을 극대화한다. 특히 간자 부대의 과거 서사나 파프타의 격정적인 전투 장면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을 넘어 작품의 서사를 이끄는 또 하나의 주인공 역할을 해낸다.

성우진의 열연 역시 빠뜨릴 수 없다. 파프타 역의 쿠노 미사키는 순수함과 광기, 그리고 극심한 슬픔을 오가는 복잡한 감정선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상처 입은 자들이 나아가는 이유

《메이드 인 어비스 2기: 열일의 황금향》은 단순히 기괴한 설정이나 자극적인 연출로 시선을 끌기 위한 작품이 아니다. 비극적인 희생과 메스꺼울 정도의 잔혹함 속에서도 피어나는 탐구에 대한 열망, 타인을 향한 숭고한 사랑, 그리고 시련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인간의 의지를 다룬 위대한 서사시다.

리코 일행은 6층에서의 참혹한 사건들을 경험하고 수많은 이들의 희생을 목도하면서도 다시 한번 배낭을 메고 더 깊은 곳, 7층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되돌아갈 수 없는 치명적인 저주가 기다리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들이 아래로 향하는 이유는 단 하나, '알고 싶다'는 순수한 호기심과 모험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절망의 끝에서도 희망을 품고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준다. 메이드 인 어비스 2기는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가 도달할 수 있는 예술적, 서사적 깊이의 한계를 다키스트 판타지라는 장르를 통해 증명해낸 명작이며, 모험과 인간성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해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